서울 반갓집 곰탕 맛 그대로 살리는
김희영 할머니의 하동관 곰탕
65년 보금자리를 접고 명동으로 옮겨 앉은 하동관
수하동 옛터가 청계천 일대 도시재개발사업으로 철거되면서 하동관은 2007년 6월, 명동입구 외환은행 뒤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 뒷골목 납작한 한옥에서 모서리가 닳아나간 나무식탁에 등을 맞대고 앉아 훈훈하게 곰탕을 즐기던 추억들을 뒤로하고 명동 패션 거리의 2층집을 마련해 새롭게 단장했다. 다행스럽게도 고층 빌딩이 아닌 조촐한 고옥이어서, 명동은 명동이지만 크게 낯설지 않고 수하동 시절보다 분위기는 한결 밝고 편안해져서 좋다.
하동관이 문을 연 것은 1943년. 창업주인 김용택(작고) 할아버지는 삼각동에 본적을 둔 서울 토박이었고, 부인 류창희(작고) 할머니 역시 서울 북촌 마을의 반갓집 딸로 태어나 북촌 양반촌과 궁중음식에 해박했고 음식 솜씨가 뛰어나 탕을 비롯한 모든 음식이 손만 닿으면 제 맛이 났다는 이다. 하동관 곰탕은 바로 류 할머니의 손맛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왔다.
따뜻한 놋그릇에 담아내는 맑고 담백한 탕국은 은은하게 감치는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고, 상큼하면서 단맛이 감도는 깍두기도 새우젓과 설탕이 약간 들어간 순 서울식으로 담가 탕 맛을 유감없이 살려냈다. 놋그릇에 감아 깍두기 한 가지를 곁들인 간결하면서도 품위를 갖춘 상차림도 북촌 반갓집의 기품과 격식을 옮겨놓은 것이다.
65년 전통을 이어온 하동관의 김희영 할머니
서울 할머니 3대로 이어온 순수한 북촌 반갓집 탕반
하동관의 내력을 들어보면 하나에서 열까지 성공가업의 귀감이 된다. 1943년 문을 연 김용택 할아버지는 1964년 평소 친분이 두텁던 장낙항(작고) 할아버지 가족에게 가게를 넘긴다. 주인이 한 차례 바뀌지만, 전화위복이랄까 가게를 물려받은 할아버지의 부인 홍창록(작고) 할머니 또한 올곧은 서울 토박이로 창업주의 부인 류 할머니의 손맛 못지않았고 마음씨가 후덕하기로 소문난 이였다.
반짝하게 닦은 놋그릇에 넉넉하게 담아내는 진솔한 탕 맛은 입소문에 상승세를 더해 주었고, 1966년에는 며느리를 맞으며 2년 뒤인 1968년, 곁에서 일손을 돕던 며느리에게 국솥을 넘겨주었다. 그 며느리가 현재 하동관의 김희영 할머니이다. 할머니의 본적 역시 세종로 1번지. 이렇게 서울의 북촌 할머니 3대로 이어진 탕반은 김희영 할머니의 손맛으로 이어진 지 40년을 한 손에서 무르익으며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완성된 맛으로 꽃피워냈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소중한 손맛의 주인공들과 가깝게 지내온 맛 칼럼니스트 김순경이 소개하는 대물림 맛집과 우리 음식 이야기,
이 맛을 대대로 전하게 하라』서울 반갓집 곰탕 맛을 그대로 살린 김희영 할머니의 하동관 곰탕, 김광자 할머니의 영암어란, 1929년에 문을 연 진주 천황식당 김정희 씨의 진주비빔밥 등 소박한 음식 상차림이지만 손님들이 대를 이어 찾아와 줄을 설 정도로 세상이 알아주는 우리 음식의 진수.
* <이 맛을 대대로 전하게 하라>에 실린 하동관 내용 중 일부 발췌.
다음 이야기는 story 2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