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담가 꼭 같은 맛 내주는 서울 깍두기
하동관은 곰탕뿐 아니라 딱 한 가지 곁들이는 깍두기도 곰탕 못지 않은 명물로 꼽힌다. 매일 하동관을 찾아 탕국에 깍두기 국물을 발갛게 부어 마시는 단골손님들은 하동관 깍두기 없으면 못 산다고 극찬한다. 그럴만한 것이 하동관은 육류뿐만 아니라 깍두기를 담그는 무, 배추와 고춧가루, 새우젓 등도 아무 데서나 들여오지 않는다. 고춧가루와 마늘은 왕십리 중앙시장에서 시어른의 친구가 운영하는 곳에서 40년 넘게 들여오고, 무와 배추도 남대문시장에서 45년간 대물림해 장사를 하는 고랭지무만 받는다.
서울 깍두기는 새우젓이 생명이고 새우젓만 넣고 깔끔하게 담가 푹 익혀야 제 맛이 난다. 하지만 여름 무와 가을 김장 무의 질감이 달라 간과 양념법이 다르고 담그는 법이 무척 까다롭다. 지금 하동관의 깍두기 맛은 시어머니의 손맛이고 사계절 맛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자랑이다. 매일 담가 항아리를 줄 세워놓고 순서대로 낸다는 깍두기는 언제나 색깔이 선명하면서 싱싱한 질감이 살아 있어서 아삭아삭 씹히는 소리가 뚜렷이 나야 하고, 상큼하지만 시지 않고 뒷맛이 달고 감칠맛이 나야 한다. 특히 깍두기 국물은 무가 소금에 절면서 스며 나온 순수한 무 국물이고, 여기에 새우젓과 양념이 어우러지면서 알맞게 익어 탕국 물에 섞으면 국 맛이 한결 부드러워져 속이 확 풀린다.
그래서 오랜 단골들을 위해 큼직한 양은주전자에 깍두기 국물을 따로 담아놓고 들고 다니며 탕 그릇에 부어준다. 실제로 깍두기 국물을 부으면 국물 속의 유산균이 소화촉진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 맛에 인이 박힌 단골손님들 가운데에는 깍두기 국물만 따로 한 그릇 받아놓고 훌훌 마시며 탕을 즐기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속이 시원하게 뚫리고 해장효과가 확실하다는 얘기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소중한 손맛의 주인공들과 가깝게 지내온 맛 칼럼니스트 김순경이 소개하는 대물림 맛집과 우리 음식 이야기,
이 맛을 대대로 전하게 하라』서울 반갓집 곰탕 맛을 그대로 살린 김희영 할머니의 하동관 곰탕, 김광자 할머니의 영암어란, 1929년에 문을 연 진주 천황식당 김정희 씨의 진주비빔밥 등 소박한 음식 상차림이지만 손님들이 대를 이어 찾아와 줄을 설 정도로 세상이 알아주는 우리 음식의 진수.
* <이 맛을 대대로 전하게 하라>에 실린 하동관 내용 중 일부 발췌.
다음 이야기는 story 4에서 이어집니다.